약국은 한 자리에서 10년, 20년씩 계약을 갱신하며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갱신 시점에 임대인이 보증금과 월세를 기존의 3~5배로 올리겠다고 요구하면서 약국장과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10년이 지났으니 임대인 마음대로 올려도 된다”는 말도 자주 들립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10년이 지나면 계약갱신요구권은 사라지지만 임대인이 아무 제약 없이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을 기준으로 갱신과 임대료 인상의 한계, 그리고 2026년 7월 약국 사건에서 나온 대법원 판결까지 정리합니다. (2026년 10월 기준)
1. 먼저 확인할 두 가지: 계약 기간과 환산보증금
같은 약국이라도 아래 두 가지에 따라 적용되는 보호가 달라집니다.
- 전체 임대차 기간이 10년 이내인가: 최초 계약일부터 계산합니다. 10년 이내라면 계약갱신요구권을 쓸 수 있습니다(상가임대차법 제10조제2항).
- 환산보증금이 지역 기준 이내인가: 환산보증금 = 보증금 + 월세 × 100입니다(같은 법 시행령 제2조제3항). 이 금액이 기준을 넘으면 차임 증액 5% 상한, 묵시적 갱신 등 일부 보호가 적용되지 않습니다(법 제2조제1항 단서·제3항).
| 지역 | 환산보증금 기준 |
|---|---|
| 서울특별시 | 9억 원 |
| 과밀억제권역(서울 제외)·부산광역시 | 6억 9천만 원 |
| 광역시(과밀억제권역·군지역·부산 제외), 세종, 파주, 화성, 안산, 용인, 김포, 광주(경기) | 5억 4천만 원 |
| 그 밖의 지역 | 3억 7천만 원 |
예를 들어 보증금 1억 원, 월세 600만 원이면 환산보증금은 1억 + 600만 × 100 = 7억 원입니다. 서울이라면 기준 이내이지만, 부산이라면 기준(6억 9천만 원)을 넘습니다. 병원 인근이나 1층 대로변 약국은 월세가 높아 환산보증금 기준을 넘는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반드시 계산해 보시기 바랍니다.
기준을 넘더라도 대항력, 계약갱신요구권(10년),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그대로 적용됩니다(법 제2조제3항).
2. 10년 이내라면: 계약갱신요구권과 증액 한도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 갱신을 요구하면,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합니다(법 제10조제1항). 정당한 사유는 3기 차임액에 이르는 연체, 거짓·부정한 방법의 임차,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합의, 무단 전대, 고의·중과실 파손, 건물 멸실, 법에서 정한 철거·재건축, 그 밖의 현저한 의무 위반 등 8가지로 정해져 있습니다.
갱신된 임대차는 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보며, 차임·보증금만 정해진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습니다(법 제10조제3항).
| 구분 | 환산보증금 기준 이내 | 환산보증금 기준 초과 |
|---|---|---|
| 증액 한도 | 청구 당시 차임·보증금의 5%까지(법 제11조제1항, 시행령 제4조) | 5% 상한 없음. 조세·공과금, 주변 시세, 경제사정 변동 등을 고려해 증감 청구(법 제10조의2) |
| 재청구 제한 | 증액 후 1년 이내 다시 증액 청구 불가(법 제11조제2항) | 법에 별도 제한 없음 |
| 다툼이 생기면 | 5% 초과 약정은 초과 부분 무효, 더 낸 금액은 반환 청구 가능 | 적정 금액을 두고 분쟁조정 또는 소송으로 판단 |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판례는 5% 상한이 계약 존속 중 증액을 청구하는 경우에 적용되고, 계약이 끝난 뒤 재계약을 하거나 당사자가 합의해 증액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3다80481 판결). 반면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한 뒤 새 계약서 형식을 취했더라도 실질이 갱신이라면 5%를 넘는 부분은 무효라고 본 판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3다35115 판결).
따라서 10년 이내 약국은 만료 6개월~1개월 전에 갱신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내용증명 등으로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갱신 요구 없이 임대인이 제시한 새 조건에 서명하면 “합의에 의한 재계약”으로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아무 통지도 하지 않았다면
환산보증금 기준 이내라면, 임대인이 만료 6개월~1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을 통지하지 않은 경우 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1년간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봅니다(법 제10조제4항). 이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 해지를 통고할 수 있고, 임대인이 통고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깁니다(같은 조 제5항). 환산보증금 기준을 넘는 임대차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민법의 묵시적 갱신 규정에 따라 판단합니다.
3. 10년이 지났다면: 갱신요구권은 끝나도 권리금 보호는 남습니다
전체 임대차 기간이 10년을 넘으면 임차인은 더 이상 갱신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임대인은 새로운 조건을 제시할 수 있고, 합의가 안 되면 계약은 기간 만료로 끝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경우에도 임대인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진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7다225312 판결,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8다252441 판결 — 당시 법의 갱신 한도 5년 기준이나 같은 법리). 임대인이 직접 영업할 계획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 거절이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함께 나왔습니다(2018다252441).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다음 행위로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법 제10조의4제1항).
-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받는 행위
- 신규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 조세·공과금, 주변 상가의 차임·보증금 등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 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
신규 임차인에게 보증금·차임을 낼 자력이 없거나,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 등은 거절할 정당한 사유로 봅니다(같은 조 제2항). 위반으로 손해가 생기면 임대인은 배상해야 하며, 배상액은 신규 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합니다(같은 조 제3항). 손해배상 청구는 임대차가 끝난 날부터 3년 안에 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4항).
다만 건물이 대규모점포·준대규모점포(전통시장 제외)의 일부이거나 국유·공유재산이라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법 제10조의5). 대형마트나 쇼핑몰 안 약국이라면 이 부분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4. 2026년 7월 대법원 판결: 월세 600만 원 약국에 2,000만 원 요구
2001년부터 22년간 같은 자리에서 운영된 약국 사건입니다(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6다201337, 201338 판결).
| 구분 | 내용 |
|---|---|
| 기존 조건 | 보증금 1억 원, 월세 600만 원(2018년 갱신 후 묵시적 갱신) |
| 임대인 요구 | 2023년 월세 2,400만 원 인상 요구 → 합의 안 되자 갱신 거절·계약 종료 통보 |
| 신규 임차인 | 약국장이 신규 임차인과 권리금 22억 원 계약을 맺었으나,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보증금 5억 원·월세 2,000만 원을 요구해 계약 무산 |
| 인상 폭 | 월세 약 3.3배, 환산보증금 기준 약 3.57배 |
| 하급심 | “현저히 고액”이라는 증명이 부족하다며 손해배상 청구 기각 |
| 대법원 | 현저히 고액으로 볼 여지가 있는데도 적정 차임과 시세를 심리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부분 파기환송 |
보도된 판결 내용에서 약국에 특히 의미 있는 부분은 세 가지입니다.
- 판단 기준: “현저히 고액”인지는 주변 시세만이 아니라 기존 조건과의 차이, 적정 차임, 거래 관행, 경제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며, 적정 차임이 확인되지 않으면 필요 시 감정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 조제료 매출은 고액 임대료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 원심은 약국의 월평균 조제료(약 1억 432만 원)를 들어 임대 조건이 과하지 않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조제료에는 위치뿐 아니라 거래처·신용·영업 노하우 등 약사의 노력이 반영돼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바닥권리금과 영업권리금의 구분: 감정에서 이 약국의 바닥권리금은 0원, 영업권리금은 약 20억 1,500만 원으로 평가됐습니다.
대법원이 “3배를 넘으면 무조건 방해”라는 기준을 정한 것은 아닙니다. 인상 요구가 기존 조건과 시세에 비해 지나친지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판단이며, 최종 배상 여부는 다시 열리는 재판에서 정해집니다.
5. 관리비로 우회하는 인상도 따져볼 수 있습니다
2026년 5월 12일부터 임차인이 관리비를 내기로 한 경우 임대인에게 관리비 내역 제공을 요청할 수 있게 됐습니다(법 제19조의2). 월세 대신 근거 없이 관리비를 올리는 방식을 견제하는 규정입니다. 다만 이 조항은 환산보증금 기준 이내 임대차에만 적용되므로, 기준을 넘는 약국은 계약 특약에 관리비 내역 제공을 따로 넣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6. 갱신 협상 전 체크리스트
- 최초 계약일을 확인해 전체 임대차 기간이 10년 이내인지 계산했는가
- 환산보증금(보증금 + 월세 × 100)이 지역 기준 이내인지 확인했는가
- 10년 이내라면 만료 6개월~1개월 전에 갱신 요구를 서면(내용증명 등)으로 남겼는가
- 임대인의 인상 요구와 신규 임차인에게 제시한 조건을 문자·메일 등 기록으로 확보했는가
- 신규 임차인과의 권리금 계약은 국토교통부 표준권리금계약서(법 제10조의6) 등으로 금액과 조건을 명확히 했는가
- 주변 약국·상가 임대료 등 시세 자료를 모아 두었는가(필요하면 감정)
- 협의가 어렵다면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법 제20조)의 조정 절차를 검토했는가
자주 받는 질문
Q. 계약한 지 12년 된 약국입니다. 임대인이 월세를 3배 올리지 않으면 나가라고 합니다. 따라야 하나요?
10년이 지나 갱신요구권은 없으므로 임대인이 새 조건을 제시하는 것 자체는 막기 어렵습니다. 다만 약국장이 신규 임차인을 주선했는데 임대인이 그 신규 임차인에게 현저히 고액의 조건을 요구해 권리금 계약이 깨졌다면, 권리금 회수 방해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법 제10조의4).
Q. 서울 약국인데 보증금 2억 원, 월세 500만 원입니다. 5% 상한이 적용되나요?
환산보증금은 2억 + 500만 × 100 = 7억 원으로 서울 기준(9억 원) 이내입니다. 10년 이내에 갱신요구권을 행사한 갱신이라면 증액은 5% 이내로 제한됩니다. 다만 갱신 요구 없이 새로 합의해 재계약하면 상한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으니 요구 사실을 기록해 두세요.
Q. 매출이 많은 약국이면 임대료를 크게 올려도 정당한가요?
2026년 7월 대법원 판결은 약국의 조제료 매출에는 위치뿐 아니라 약사의 거래처·신용·영업 노하우가 반영돼 있다며, 매출을 근거로 임대 조건이 과하지 않다고 본 원심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매출만으로 고액 임대료가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 팜인사 한 줄 정리
10년 이내라면 만료 6~1개월 전 갱신 요구가 핵심이고, 환산보증금 기준 이내면 증액은 5%까지입니다. 10년이 지나도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남아, 신규 임차인에게 현저히 고액의 조건을 요구해 권리금을 막으면 임대인이 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같은 법 시행령(2026년 10월 기준)과 대법원 판례, 판결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약국 운영 실무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정보입니다. 2026년 7월 판결은 파기환송 판결로 최종 결론이 아니며, 개별 계약의 판단은 계약서 내용과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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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프로필
하이랩(HyLab) 대표 권경태 (인사·재무관리 전문 컨설턴트)
전문 분야: 약국 맞춤형 임금체계 설계, 약국 인사·재무 컨설팅, 퇴직연금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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