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장님들 중에는 은퇴를 준비하면서 소유하고 계신 부동산—특히 약국이 입점해 있는 상가건물이나 실거주 아파트—을 배우자 명의로 미리 옮겨두는 방법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배우자에게 증여할 때는 일정 금액까지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으셨기 때문일 텐데요, “배우자 앞으로 미리 넘겨두면 나중에 상속세를 아낄 수 있다”는 생각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배우자 증여와 상속은 완전히 분리된 문제가 아닙니다. 배우자에게 재산을 넘긴 뒤 일정 기간 안에 증여자가 사망하면, 이미 넘어간 재산이 상속세 계산에 다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약국 자산을 배우자에게 사전증여할 때 실제로 무엇을 따져봐야 하는지, 사례를 통해 정리해 드립니다.
왜 “배우자에게 미리 주면 끝”이 아닐까
상속세는 사망 당시 남아있는 재산만으로 계산하지 않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 일정 기간 동안 상속인에게 준 재산을 상속세 계산에 다시 포함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상속이 시작된 날(사망일)로부터 10년 이내에 배우자를 포함한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즉 약국 건물을 배우자 명의로 미리 옮겨놓았다고 해서, 그 재산이 상속세 계산에서 완전히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증여 시점에 낸 세금과 별개로, 상속이 발생하면 그 재산이 다시 계산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사례로 보는 약국 건물 사전증여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30년째 약국을 운영해 온 이OO 약국장은 본인 명의로 된 상가건물(약국이 입점해 있는 건물)을 갖고 있습니다. 시가는 7억 5천만원 정도이고, 최근 10년간 배우자에게 따로 증여한 재산은 없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은퇴를 앞두고 이 건물을 배우자에게 미리 증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상가건물은 아파트와 달리 주변에 비교할 만한 실거래 사례가 많지 않아 시가를 정하는 과정 자체가 더 까다롭습니다. 아파트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같은 단지·비슷한 면적의 거래 사례를 비교적 기계적으로 찾을 수 있지만, 이른바 '꼬마빌딩'을 포함한 상가건물은 그런 사례가 부족해 공시가격(기준시가)으로 신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기준시가가 실제 시세보다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국세청은 이 차이를 감정평가를 통해 사후에 재산정할 수 있는데, 실제로 2020년부터 '꼬마빌딩 등 감정평가사업'을 운영해 왔고 2025년부터는 신고가와 국세청 추정 시가의 차이가 5억원 이상이면 감정평가 대상으로 선정하는 등 기준을 더 강화했습니다. 이 감정평가 방식의 적법성은 2026년 6월 대법원 판결로도 재확인됐습니다. 따라서 상가건물을 증여·상속할 때는 신고 전에 전문 감정평가를 받아 시가를 미리 확정해 두는 것이 안전하며, 아래 계산은 시가를 7억 5천만원으로 가정한 단순화된 예시임을 참고해 주세요.
배우자에게 증여할 경우, 배우자 증여재산공제 6억원을 먼저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10년간 받은 증여재산공제액과 합산해서 적용하므로, 과거에 이미 공제를 받은 적이 있다면 그만큼 줄어듭니다). 이 사례에서는 단순화해서 계산해 보겠습니다.
- 증여재산가액 7억 5천만원 − 배우자 증여재산공제 6억원 = 과세표준 1억 5천만원
- 과세표준 1억 5천만원에 증여세율(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구간, 20%, 누진공제 1천만원)을 적용하면 산출세액은 약 2천만원
- 신고세액공제(자진 신고 시 3%)를 반영하면 실제 납부할 증여세는 약 1,940만원 수준으로 계산됩니다
※ 위 계산은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화한 예시이며, 실제 증여세는 과거 증여 이력, 채무 인수 여부, 부동산 평가방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숫자만 보면 “약 2천만원 정도면 건물 전체를 배우자에게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증여 후 10년 이내에 상속이 발생한다면?
이 약국장이 건물을 배우자에게 증여한 뒤 10년이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건물은 이미 배우자 명의이니 상속세와 무관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상속개시일(사망일) 전 10년 이내에 배우자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다시 가산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 건물의 가액이 상속재산에 다시 더해져 전체 상속세 계산의 기초가 됩니다.
여기서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배우자 상속공제입니다.
배우자 상속공제는 ‘미리 받은 재산’과 다르게 계산됩니다
배우자 상속공제는 상속세를 줄여주는 대표적인 제도로, 배우자가 실제로 상속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하며 법정상속분 등에 따른 한도 안에서(최대 30억원) 적용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전에 증여로 받은 재산과 사망 후 상속으로 받은 재산은 세법상 같은 것으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배우자가 이미 증여로 건물을 넘겨받은 상태라면, 상속이 발생했을 때 그 건물은 ‘이번에 새로 상속받은 재산’이 아니라 ‘과거에 이미 증여받은 재산’으로 구분됩니다. 배우자 상속공제 한도를 계산할 때 이 부분이 상속받은 재산과 동일하게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결과적으로, 건물은 상속재산 과세가액에는 다시 포함되는데, 배우자 상속공제 계산에서는 ‘실제 상속분’으로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사전증여 후 상속이 발생했을 때 세부담이 예상보다 커지는 핵심 원인입니다.
그렇다고 사전증여가 무조건 불리한 건 아닙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배우자에게 부동산을 미리 증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선택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건물의 향후 가치 상승 가능성, 다른 상속재산의 규모, 상속인 구성(자녀 유무 등), 예상되는 상속 시점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가건물의 시세가 앞으로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 시점의 낮은 평가액으로 미리 증여해두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유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전증여 이후 10년 이내에 상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배우자 상속공제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굳이 미리 증여할 이유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가처럼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부동산이라면 고려할 요소가 하나 더 있습니다. 증여 이후 발생하는 월세는 새 소유자인 배우자에게 귀속되므로, 배우자 명의로 임대소득을 정상 신고하면 이 자금은 이후 배우자가 다른 재산을 취득할 때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정당한 자금출처가 됩니다. 즉 상가 사전증여는 상속세 측면뿐 아니라 배우자에게 별도의 소득 기반을 마련해준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다만 이 임대소득은 반드시 배우자 명의로 정상 신고해야 하며, 명의만 배우자로 해두고 실제로는 약국장님이 임대료를 계속 관리·사용한다면 명의신탁이나 부당행위 계산 부인 등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결국 핵심은 ‘증여를 할까 말까’가 아니라, ‘증여했을 때’와 ‘증여하지 않고 상속했을 때’를 함께 비교해 보는 것입니다.
사전증여 전 확인해야 할 것들
- 최근 10년간 증여 내역: 배우자 증여재산공제 6억원은 10년 누적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 정확한 평가액: 체감하는 시세가 아니라 세법상 평가 방법을 기준으로 증여재산가액을 확인해야 합니다.
- 다른 상속재산 현황: 건물 외에 예금·다른 부동산·약국 사업용 자산 등 전체 재산 규모를 함께 봐야 합니다.
- 상속인 구성: 자녀 유무 등에 따라 배우자의 법정상속분과 상속공제 한도 계산이 달라집니다.
- 10년 이내 상속 가능성: 건강 상태나 연령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 “세금 한 번”이 아니라 “10년의 계획”으로 봐야 합니다
배우자에게 약국 건물이나 부동산을 증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절세도, 그 자체로 손해도 아닙니다. 언제, 얼마를, 과거에 얼마나 증여했는지, 다른 재산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상속이 발생했을 때 배우자가 실제로 얼마를 상속받게 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특히 사전증여재산은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라면 상속세 계산에 다시 포함될 수 있고, 배우자 상속공제는 ‘실제 상속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별도 계산된다는 점을 꼭 기억해두셔야 합니다. 배우자 명의로 재산을 옮기기 전에, ‘지금 증여했을 때’와 ‘증여하지 않고 상속했을 때’의 세금을 함께 비교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현장 상담 사례
“제가 은퇴를 준비하면서 약국 건물을 아내 앞으로 미리 옮겨두려고 하는데, 지금 증여세만 내면 나중에 상속세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거죠?” — 천안 소재 약국장님 상담 내용
이 질문을 주신 약국장님은 건물 시가 7억원 상당을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셨습니다. 증여세만 계산해보고 “이 정도면 충분히 절세”라고 판단하고 계셨는데, 상담 과정에서 두 가지를 함께 짚어드렸습니다.
첫째, 10년 이내에 상속이 발생하면 이 건물이 상속재산에 다시 합산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 약국장님은 60대 후반으로, 10년 이내 상속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었습니다.
둘째, 배우자가 이미 증여로 받은 건물은 나중에 상속이 발생해도 ‘새로 상속받은 몫’으로 온전히 인정되지 않아 배우자 상속공제 계산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상담 후 약국장님께는 지금 바로 증여를 진행하기보다, 다른 재산 현황과 상속인 구성(자녀 2명)을 함께 반영해 ‘지금 증여했을 때’와 ‘증여하지 않고 상속했을 때’의 세금 구조를 세무사와 함께 비교해보시길 권해드렸습니다. 이런 상속·증여 관련 의사결정은 세무사의 정밀한 세액 계산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라, 팜인사에서는 기본 개념과 확인해야 할 체크포인트까지만 안내해드리고 있습니다.
※ 이 글은 2026년 8월 현재 시행 중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제도 구조를 설명한 일반 정보이며, 특정 상황에 대한 세무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증여세·상속세 산출 금액과 공제 적용 여부는 재산의 종류와 평가방법, 과거 증여 이력, 상속인 구성, 상속 발생 시점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의사결정 전에는 반드시 세무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작성자 프로필
하이랩(HyLab) 대표 권경태 (인사·재무관리 전문 컨설턴트)
전문 분야: 약국 맞춤형 임금체계 설계, 약국 인사·재무 컨설팅, 퇴직연금 컨설팅
관련 보도: 약사공론 주최 약국 임금·재무관리 실무 강의 진행 및 기사 소개
